정글 스토리

[크래프톤 정글 후기] 크래프톤 정글 1기 임용식님 인터뷰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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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정글(KRAFTON JUNGLE)은 자기 주도적 학습과 몰입을 통해 개발자를 양성하는 SW 인재 양성 프로그램입니다. KAIST 비학위 과정 ‘SW사관학교 정글’의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개발자 커리어를 꿈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5개월간의 합숙 과정을 통해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 기반의 탄탄한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합니다.

정글은 몰입, 성장, 협업, 자기 주도적 학습, 기본기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 속에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를 양성합니다. 이러한 철학에 공감하는 여러 기업들이 파트너스로 함께하고 있고,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정글 출신 개발자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크래프톤 정글을 수료하고 컴투스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임용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래픽스 엔지니어의 재미

 

(이승민) 안녕하세요 용식님, 오랜만에 봬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임용식) 안녕하세요, 임용식입니다. 크래프톤 정글 1기였고, 현재는 컴투스에서 게임 엔진 프로그래머, 그 중에서도 그래픽스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승민) 회사에는 얼마나 다니신 거예요?

(임용식) 2023년 1월이나 2월쯤 입사해서, 지금까지 약 2년 7~8개월 정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승민) 와 벌써 2년이 넘으셨네요. 게임엔진, 그래픽스, 이런 분야는 제겐 좀 생소하거든요. 그래픽스 개발은 어떤 재미가 있나요?

(임용식) 저는 예전부터 그래픽스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일단 모니터에 예쁜 결과물이 바로 보이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고, 동시에 그래픽스는 성능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이다 보니 성능 최적화를 자주 고려하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프레임이 잘 안 나오거나 할 때 코드를 고치거나 로직, 아키텍처를 바꿔서 프레임이 올라가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이승민) 결과가 바로 보이는 것도 좋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도 재미있으신 거군요.

(임용식) 네, 맞아요. 렌더링 기법들을 구현해서 시각적으로 결과물이 잘 나오면 “구름이 잘 그려졌다!” 하면서 기뻐하기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최적화 과정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가장 즐겁습니다.
 

게임 엔진 개발에 대한 관심의 시작

(이승민) 원래 학부 때부터 그래픽스 쪽에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아니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신 건가요?

(임용식) 네, 저는 학부 때부터 그래픽스나 엔진 쪽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사실 컴퓨터공학 자체에는 큰 흥미를 가지진 못했어요. 그런데 학교에 게임 개발 동아리가 있어서 우연히 들어가게 됐고, 거기서 선배들이 유니티로 게임 만드는 법을 알려줬어요. 다른 친구들은 게임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꼈지만, 저는 게임을 직접 만드는 건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오히려 유니티라는 툴 자체가 너무 멋있게 느껴졌죠.

(임용식) 그래서 ‘나도 유니티 같은 걸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1학년 때부터 혼자 이것저것 계속 해봤던 것 같아요.

(이승민) 그럼 혼자 독학도 하고, 인터넷에서 자료도 찾아보고 그러셨던 거예요?

(임용식) 네, 맞아요. 그리고 그때는 — 지금은 생각이 다르지만 — 당시에는 좀 오만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컴퓨터에 대해 거의 모르던 제가 스스로 게임을 만들게 되니까 게임은 ‘엔진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처럼 보여졌거든요. 그래서 ‘난 저렇게 쉬운 건 하기 싫다’는 생각도 조금 있었어요. ‘저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런 느낌이랄까요.

(이승민) 요즘 말로 하면 약간 홍대병 같은 거네요.

(임용식) 네, 맞아요. 약간 힙해 보이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보면 대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으로 만든 인디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게임과, 실제 업계에서 만드는 게임의 기술적인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알게 됐죠.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승민) 근데 너무 공감돼요. 때로는 그런 오만한 마음이 오히려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것 같아요.

(임용식) 맞아요, 오만함이 때론 동기가 되기도 하죠.
 

정글에 오게 된 계기: 기초의 중요성을 깨닫다


크래프톤 정글 당시 백준 알고리즘을 살펴보는 용식님

(이승민) 그러면 사실 정글에 오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공부를 하시다가 어떻게 정글로 오시게 된 건가요?

(임용식) 저는 애초에 대학교 전공을 수능 성적 맞춰서 고른거라, 컴퓨터공학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게임 엔진이나 그래픽 쪽에는 점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수업은 열심히 안 듣고, 동아리 방에 틀어박혀서 맨날 그것만 했어요. 엔진도 혼자 만들어보고, 그래픽 관련 책도 보면서 공부했죠. 그러다 보니 그런 공부는 재미있는데, 정작 기반, 기초 지식은 잘 안 쌓인 느낌이었어요. 컴퓨터 구조 같은 과목이 특히 약했죠.

(이승민) 재수강도 안 하셨어요?

(임용식) 취업과 동시에 자퇴해버리는 바람에 재수강은 영영 못하게 되어버리긴 했는데, 아무튼 거의 그렇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군대에 갔다가 전역하고 나니 복학까지 한 6개월 정도 남았더라고요. 복학 전까지 뭘 할까 고민하다가, 컴퓨터 공학 지식이 중요하다는 걸 혼자 공부하면서 뼈저리게 알게 됐으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공부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마침 정글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저기 가면 컴퓨터 공학 공부도 할 수 있고,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팀 프로젝트도 할 수 있으니 좋겠다’ 싶어서 바로 지원했어요. 당시에는 취업 생각은 전혀 없고 ‘저거 하고 복학해야지’ 이런 생각이었죠.

(이승민) 그런데 취업이 되면서 복학은 못 하신 거군요?

(임용식) 네, 맞아요.

(이승민) 멋있네요.

(이승민) 그러면 지금 제 느낌에는, 뭔가 독학으로 엔진을 공부하신 게 저희 커리큘럼으로 따지면 게임테크랩 과정을 혼자 하시고, 약간 정글에서 CS를 익히시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임용식) 네, 어떻게 보면 그런 느낌이 맞는 것 같아요.

(이승민) 그러면 엔진을 혼자 공부하시다가, 컴퓨터 구조나 전산학의 기초가 중요하다고 느꼈던 특정한 계기나 순간이 있었나요?

(임용식) 특정한 순간이 있다기보다는, 예를 들어 그래픽스 쪽을 공부하면 처음에는 전부 수학이에요. 그냥 벡터나 행렬 계산 같은 것만 배우다가, 그래픽스 API를 다루기 시작하면 GPU 구조를 이해해야 하거든요. GPU 구조를 보다 보면, 왜 버퍼를 이렇게 만들었을 때와 저렇게 만들었을 때 성능 차이가 나는지부터 헷갈리기 시작해요. 그러다 보면 GPU는 이렇게 동작하는데, 또 GPU만 안다고 해결되지 않는게 CPU는 다르게 동작하더라고요. 이렇게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니 결국 다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컴퓨터구조 뿐만 아니라 GPU 쪽에서 쉐이더 프로그램을 프로파일링할 때는 코드가 친절하게 나오지 않고, 어셈블리처럼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까지 확인하려면 어셈블리도 알아야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이게 정말 필요하다는 걸 느껴서, 군대 가기 직전부터 컴퓨터공학 공부를 다시 혼자서 하고 있었는데, 그런 느낌들이 모여서 저에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승민) 저도 말씀 들으면서 머릿속에 그림이 조금 그려지는데, 저는 그래픽스는 잘 모르지만 AR 개발을 하면서 3차원에 대해 대충 공부한 적이 있거든요. translation, scale, rotation을 돌리는 게 보통 다 4x4 행렬로 구성되더라고요. 그런 수학적 지식도 필요하지만, 행렬 연산을 빠르고 최적화하려면 결국 GPU나 컴퓨터 구조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겠네요. 결국 수학적인 지식과, 그 수식들이 실제로 연산되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게 모두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임용식) 네, 맞아요. 그런 부분도 있고, 예를 들어 4x4 행렬에서 연산을 해야 하는데, 그건 이론적인 부분이잖아요. CPU나 램에 있는 4x4 행렬 데이터를 GPU로 보내는 건 또 다른 영역이고요. 그리고 또 다른 예시로, 쉐이더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코드에 동적 분기(if-else)문이 들어가면 성능이 유의미하게 느려지기도 해요. 근데 CPU가 수행하는 코드에서는 if문을 마음껏 써도 상관없는데, GPU에서는 왜 안 될까? 그런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정글에서의 생활: 공부, 교류, 그리고 알고리즘

 

(이승민) 듣기만 해도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구나, 지금 그런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글에 오시게 됐는데, 처음 오셨을 때는 어떤 생각이셨어요? 기초를 다져야겠다, 혹은 그냥 궁금해서 오셨다든지, 아니면 합숙 생활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설렘 같은 것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어요? 그때 느끼셨던 간단한 감정이 궁금합니다.

(임용식) 맨 처음에는 정말 ‘가서 공부만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갔어요. 그런데 입소하자마자 2박 3일 동안 미니 프로젝트를 하고, 끝난 날 저녁에 회식을 했거든요. 밤에 맥주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저는 공부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커뮤니티, 네트워킹을 하러 온 사람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사람들이랑 얘기해보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고, 물론 공부도 했지만 그때부터는 약간 방향이 사람들과의 교류 쪽으로 옮겨간 것 같아요. 완전히 공부만 하려고 왔는데, 사람들도 만나고 팀 프로젝트도 해보는 재미를 골고루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승민) 어떻게 보면, 저희가 입소하자마자 하는 미니 프로젝트 3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된 건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그 시간이 즐거웠다든지, 아니면 다른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임용식)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사실 미니 프로젝트 3일은 즐겁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힘들었는데, 그게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술 마시면서 이야기해보니까 정말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때 저희 반에, 제가 정글 오기 전부터 알고리즘을 꽤 많이 했었거든요. 취미처럼 했었는데, 저희 반에서 제일 나이 많았던 형이 저랑 미니 프로젝트를 같이 했어요. 그 형이 제 깃허브아이디를 보고 solved.ac 같은 데서 검색도 해보고, 뒷조사(?)를 좀 했더라고요. 제가 정글 입소할 때 플래티넘 등급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플래’라고 하면서, 알고리즘 관련 질문을 많이 하러 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었죠. 알고리즘 한정이지만 사람들이 저를 교수님처럼 여기기도 했고요.

‘오늘의 문제' 가르침을 주실 용식님 모습

(이승민) 와, 뒷조사한 것도 너무 웃기네요. 미니 프로젝트는 좀 힘들거나 재미없지는 않으셨어요? 사실 아주 간단한 웹 서비스를 만드는 거잖아요. 원래 하시던 것과는 좀 거리가 있었을 텐데요.

(임용식) 맞아요. 저는 웹 서비스, 그러니까 웹 개발 같은 건 정글 입학 시험 준비하면서 처음 해봤거든요. HTML, CSS 이런 것도 그때 처음 접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오는 어색함이 컸고, 두 번째로는 지금까지 계속 혼자서만 무언가를 해왔는데, 갑자기 사람들과 팀을 이뤄서 깃허브도 실제로 커밋하면서 쓰고 하다 보니 그런 점에서 약간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승민) 그런 경험들이 회사에 가서 도움이 좀 됐나요?

(임용식) 그럼요, 도움이 됐죠. 그런 경험을 해보고 가는 것과, 혼자서만 공부하다가 회사에 가는 건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정: malloc lab과 PintOS

정글 필수품 == 화이트보드

(이승민) 네, 그럼 다음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제 과정에 대한 질문을 조금 더 해볼게요. 미니 프로젝트 말고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정이 있으신가요? 특히 도움이 됐던 과정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임용식) 저는 malloc lab, 네 malloc lab이랑 PintOS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승민) 맞아요. PintOS는 뭔가 상징적인 프로젝트라서 다들 많이 언급하시는데, malloc lab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꽤 계신 것 같아요. 혹시 그 이유를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용식) 그때 9기, 10기 분들 앞에서 발표할 때도 이야기했었는데, 게임 엔진에서는 얼로케이터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거든요. malloc lab에서 구현했던 얼로케이터들이 실제로 엔진 내부에 들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게 진짜 실무에서 쓰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게 남았던 것 같아요. 또 포인터를 이용해서 헤더부터 하나씩 직접 구현해 나가는 과정 자체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사실 malloc lab 이전에는 뭔가를 깊이 있게 만든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거든요. 예를 들어 레드블랙트리도 책에 나온 대로만 구현하면 그냥 통과하니까, 그저 그렇게 했었는데, malloc lab은 책에 있는 대로만 해서는 마지막 문제를 통과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더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던 첫 프로젝트라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승민) 그럼 정글 오시기 전에도 엔진 공부하실 때 말록이나 그런 개념은 알고 계셨지만, 실제로 구현해본 적은 없으셨던 건가요?

(임용식) 네, 저런 걸 만들어서 쓴다는 것도 알고,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 당시에는 (제 개인 프로젝트에) 굳이 직접 구현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해서 그냥 new, delete만 썼던 것 같아요. 근데 직접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이승민) PintOS가 재미있었던 이유, 그리고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요?

(임용식) 일단 코드 베이스 자체가 크잖아요. 그 점이 재미있었어요. 코드를 따라가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분석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이승민) 보통 가상메모리(VM)을 가장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용식 님은 어떠셨어요? 그 파트들 중에서요.

(임용식) 저는 시스템 콜(System Call)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승민) 시스템 콜이요?

(임용식) 네, 시스템 콜이 두 번째 파트, 2주 차에 하잖아요. 그런데 그 이후 내용은 사실 말씀드릴수가 없는 게, 3주 차 부터는 취업으로 퇴소하는 바람에 당시에 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정글을 마치고 1년 반쯤 지나서, 작년 가을에 심심해서 집에서 혼자 3, 4주차 포함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PintOS를 다시 해봤거든요. 그때는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승민) 오, 정말요?

(임용식) 네, 확실히 한 번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현업에서 큰 코드 베이스를 다뤄본 경험이 있으니까, 처음 할 때보다는 ‘이 코드에서 필요한 게 어디쯤 있을까’라는 걸 훨씬 쉽게 파악하게 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점이 생긴 것 같아요.

(이승민) 현업에서 큰 코드 베이스를 본 경험이 도움이 됐군요.

(임용식) 네, 맞아요.

(이승민) 정말 좋은 경험이네요. 내 실력이 향상된 걸 느끼면 뿌듯하죠?

(임용식) 네, 정말 뿌듯하죠.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져요.
 

정글에서의 몰입한 추억과 합숙 생활

(이승민) 저는 당시 PintOS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아서 반성하게 되네요. 혹시 기억에 남는 정글 철학이 있으신가요?

(임용식) 정글 철학이요? 네, 십계명 같은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승민) 네, 십계명일 수도 있고, 저희가 자주 얘기하는 키워드들, 예를 들면 몰입, 동료 학습 같은 것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지요.

(임용식) 저는 ‘몰입’이라는 단어 자체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몰입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이승민) 우리 혹시, 정글이 끝나고 나서 “정글 때 이랬지” 하면서 그리웠던 순간들이 있나요?

(임용식) 있죠. 저희 크래프톤 1기는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진행했었거든요. 근처에 번화가라고 부를만한 곳이 배곧신도시였는데,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걸어서 한 15분쯤 가야 했어요. 그런데 그때 겨울이기도 했고 눈이 엄청 많이 왔거든요. 다들 펭귄처럼 롱패딩 입고 눈 맞으면서, 뒤로 걸어가면서 술 마시러 가던 기억이 나요. 바람을 막으려고 인간 띠(?)처럼 다같이 붙잡고 걸어가던 것도 기억에 남고, 또 동료랑 저랑 레드-블랙 트리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려워서 다 자러 갔는데, 둘이서만 새벽 내내 남아서 1, 2등으로 당일에 클리어하고 자러 갔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이승민) 추억이죠. 그때 찍었던 사진들 보기도 하세요?

(임용식) 네, 저는 유튜브에 올려놨어요. 영상도 있습니다.

(이승민) 종종 보시나요? 저도 그때 찍었던 사진들 가끔 보거든요. 맞아요, 추억은 방울방울이죠. 합숙 생활은 어떠셨어요?

(임용식) 합숙 생활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룸메이트였던 형이랑 저랑 완전히 정반대였거든요. (생활 패턴이요?) 네, 저는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서 나가고, 그분은 낮에 들어와서 자고 밤이 되면 나가고, 이렇게 서로 스위칭을 하니까 진짜 불편한 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승민) 그것도 신기하네요. 저는 룸메이트랑 패턴이 비슷했거든요. 오히려 애매하게 다르면 더 힘든 것 같아요. 저는 비슷해서 같이 불 끄고 자고, 아침에 비슷하게 일어나서 한 명 씻을 때 한 명은 유튜브 보고, 같이 나가고 그랬거든요.
 

정글의 자기주도 학습

(이승민) 정글은 사실 가이드가 거의 없잖아요. 굉장히 방임적인 분위기인데, 그게 어떠셨어요? 혹시 부담스럽거나 내팽개쳐진 느낌을 받으신 적은 없으셨나요?

(임용식) 네, 그런 점 때문에 불평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정글 오기 전부터 1학년 때부터 계속 혼자 공부해왔거든요. 그래서 독학이 익숙했고, 오히려 그런 방임적인 분위기가 저한테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회사도 비슷하잖아요. 사수가 있긴 해도, 누가 옆에서 하나하나 다 알려주진 않으니까요. “이게 필요하다”라고 하면 그때부터는 내가 알아서 다 해결해야 하니까, 정글에서 미리 그런 경험을 해본 게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불편하다기보다는, 미리 연습해본 느낌이라 좋았어요.

(이승민) 정말 공감이 가는 말씀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사실 구체적인 가이드보다는 키워드나 미션만 주고, 세세한 부분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 점이 정글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말씀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현재의 일: 컴투스에서 게임 엔진 만들기

(이승민) 이제 정글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최근에 하시는 일에 대해 여쭤볼게요. 아까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단히 말씀해주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임용식) 네, 저는 현재 사내 자체 게임 엔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게임 엔진은 게임에 들어가는 핵심 코드이자 동시에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인데요, 저는 이 엔진 자체를 만들고 있고, 동시에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렌더링 파트에 있다 보니 렌더링 테크닉과 백엔드를 구현하고, 관련 최적화를 주로 진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엔진 개발자분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직군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로우 레벨에 가까운 작업을 많이 하게 되고, 이미 존재하는 라이브러리가 있어도 그대로 쓰기보다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구현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부분에서 고민도 많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구조로 만들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승민) 그럼 용식 님이 개발하신 코드는 회사 내 다른 게임 개발자분들이 주로 사용하시나요?

(임용식) 네, 주로 클라이언트 개발자분들이 많이 사용하십니다.

(이승민) 그럼 클라이언트 개발자분들이 직접 기능을 요청하시기도 하나요? 예를 들어, “이런 기능이 필요해요”라고 말씀하시는 식으로요.

(임용식) 네, 그런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이번에 UI를 이렇게 구현하고 싶은데, 마스킹해주는 쉐이더가 필요하다”라고 요청이 오면, 그에 맞는 쉐이더를 구현해서 전달해드리기도 하고요. 또 상용 엔진에는 있는 기능이 저희 엔진에서 아직 지원하지 않거나 사용하기 불편하다면, 해당 기능을 개선하거나 불편한 부분을 개선해서 제공하기도 합니다.그리고 게임 엔진은 단순히 제작 도구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코어 라이브러리이자 실제 게임에 들어가는 라이브러리이기도 해요. 결국 저희가 만든 코드가 실제 게임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그런데 게임을 QA실에서 테스트하다가, 클라이언트 개발자분들이 만든 게임에서 버그가 발생했는데 클라이언트 단에서 원인을 찾지 못할 때가 있어요.

(임용식) 그럴 때 클라이언트 쪽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이 되면 저희 쪽으로 이슈가 넘어와요. 그러면 저희가 직접 디버깅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한 단계씩 거쳐서 이슈가 전달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승민) 약간 선행기술팀 같은 역할이네요. 예전에 제조업 회사에서 인턴할 때 그런 팀이 있었거든요.

(임용식) 네, 맞아요. 저희 업무에도 실제로 ‘선행 연구 개발’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네, 맞아요. 저희 사내 프로필에 기재된 업무 목록에도 실제로 ‘선행 연구 개발(RnD)’이 적혀 있습니다.
 

개발자의 숙명: 평생 학습의 즐거움

 

(이승민) 정말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아요. 개발자는 평생 학습이 필수인 직업이잖아요. 이런 점을 개발자의 숙명이라고도 하는데, 혹시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으세요?

(임용식) 저는 부담스럽지 않아요. 오히려 그런 점이 정말 재미있어요. 지금 하는 일도 재밌고, 주말에도 일하고 싶을 정도예요. 그런데 저희 팀은 직책자가 아니면 주말 근무를 못 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가끔 집에서 몰래 원격으로 접속해서 무급으로 일할 때도 있어요. 순수하게 저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그렇게 하는 거라 괜찮아요. 그런데 제 이야기와는 별개로 약간 주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저는 원래 개발자는 평생 공부하고 몰입해야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과정 자체를 재밌어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 개발자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러 현업자분들을 만나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물론 저희 팀은 저와 비슷한 분들이 많지만, 다른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꼭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이승민) 네, 저도 정말 공감해요. 저는 원래 개발자가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 회사원으로 일했었는데, 개발자로 전향한 이유 중 하나가 일반 사무직은 일에 애정을 갖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반면 개발자는 공부한 만큼 결과가 바로 보이니까 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기 좋은 것 같아요.

(임용식) 네, 맞아요.

(이승민) 그리고 계속 새로운 걸 배울 수 있고,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개발자가 좋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론 이 일을 그냥 직업으로 선택한 분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임용식) 저도 이런 부분이 무조건 장점이자 당연한 태도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워라밸을 챙기면서도 훌륭하게 업무를 해내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 분들에겐 이런 개발자에 대한 특성 혹은 고정관념이 단점이나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승민) 그런 분들에겐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임용식) 그럴 것 같아요. 맞아요.
 

외부 활동과 정글에 대한 애정

 
게임테크랩 최종발표회

(이승민) 혹시 회사 일 외에 따로 하시는 활동이 있으신가요? 실제로 용식님께서는 정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는 거의 다 참석하시잖아요. 외부에서도 이것저것 하실 것 같아요. 회사 밖에서 개발과 관련해 하고 계신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용식) 외부 활동은 거의 없어요. 정말 가끔 인터뷰나 커피챗 요청이 들어오면 하긴 하는데, 그런 요청도 자주 오는 편은 아니거든요. 그 외에는 외부 활동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그래요. 어차피 게임 엔진 프로그래머가 외부에 나가도 말할 수 있는 (풀 자체가…) 네네네, 그렇다고 엔진이나 그래픽스를 하는 사람들끼리 따로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가도 할 얘기가 많지 않으니까 굳이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죠. 그런데 정글은 이 프로그램 자체에 애착이 있어서 그냥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게임테크랩 1기 시연회

(이승민) 그런데 크래프톤 게임테크랩 행사는 오히려 좀 괜찮으셨겠네요.

(임용식) 네, 테크랩 행사는 기술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왔어요. 제가 하는 일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많이 기대하며 참석했습니다.
 

정글에 대한 냉철한 조언

(이승민) 혹시 좀 비판적인 시각에서 정글을 바라본다면, 또는 이런 분들은 정글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냉철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용식) 사실 저는 정글에서 멘토링을 할 때마다 항상 이런 이야기를 멘티분들께 해드리고 싶지만, 그분들의 불안한 눈빛 때문에 쉽게 말씀을 못 드리긴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정글 커리큘럼을 단순히 취업을 목적으로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부트캠프가 정말 많잖아요. 소프트웨어 교육 기관도 많아졌고요. 그중에서 정글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저는 그게 취업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확신하거든요. 애초에 정글이 홍보할 때도 취업률 몇 퍼센트 이런 식으로 강조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막상 들어오면 다들 c언어 안 하고 나만무(최종 프로젝트) 생각하고, 취업이나 이력서만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이 소중한 시간을 왜 저렇게 버리고 있지?’ 싶어서 답답하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PintOS 끝나고 나만무로 바로 넘어가지 않고, 프레임워크같은 것들을 가르쳐준다는 얘기를 듣고 ‘정글도 이제 좀 달라졌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승민)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달라진 부분에 관한 말씀 굉장히 공감이 됐어요.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임용식) 저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에 개발 공부를 하는 게 개발자로의 취업이 최종 목표이긴 하니까, 결국 그런 쪽으로 가게 되긴 하죠. 그래도 핵심은 잃지 않아야죠.

(이승민)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입소하신 후에도 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지만, 사실 면접 때도 항상 여쭤보는 질문이에요. 프레임워크를 배울 수 있는 부트캠프도 많잖아요. 그런데 굳이 CS를 배워야 하는지, 이런 질문을 면접 때 드리기도 하거든요. 그게 다른 교육 과정들과의 정말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내가 웹 프레임워크 같은 특정 기술을 빨리 배워서 바로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싶다면, 사실 저희보다는 그런 곳을 선택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료학습의 시너지

정글에서는 항상 함께 공부한다. 정글은 ‘동료 학습'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승민) 용식 님은 대학 학부 때 주로 독학으로 공부하셨잖아요. 혹시 동아리나 스터디 같은 것도 하셨나요?

(임용식) 아니요, 안 했어요. 독학으로만 했어요.

(이승민) 그렇다면 정글 과정에서 공부하셨을 때와 독학으로 공부하셨을 때를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물론 게임엔진과 CS라는 분야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생활이나 공부 방식에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임용식) 저는 보통 사람들이 하는 스터디, 그러니까 똑같은 책을 사서 “이번 주까지 5장 읽어봅시다”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정글처럼 하는 방식은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개발자 입장에서 제일 안 좋은 케이스가 ‘모르는 걸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승민) 그러니까,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거죠.

(임용식) 네, 예를 들어 ‘캐시라는 개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깊이 있게 공부해본 적이 없더라도, ‘캐시’라는 키워드를 알고 있으면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보고 공부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존재 자체를 모르면 평생 모를 수도 있죠.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알기 어렵고요. 그래서 저는 ‘모르는 걸 모르는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각자 다른 걸 공부하다가 모여서 이번에 알게 된 키워드들을 이야기하고, “이거 처음 들어보는데?” 하면서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정글이 딱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그냥 책 한 권 주고 “알아서 공부하세요” 하면 사실 같은 부분을 읽지도 않고, 예를 들어서 각자 다른 챕터를 공부하다가 나는 3장 어셈블리 보고 있었는데, 누가 갑자기 다른 얘기를 해요. 그럼 “그게 뭐예요?” 하고 물어보게 되죠. 그러면 “몇 장에 나와요?” “7장이요” 이런 식으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공부하게 되는데, 이런 점이 정말 좋았어요. 독학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인풋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걸 얼마나 소화하느냐는 개인 역량의 문제지만, 어쨌든 더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할 수 있게 된 요리사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승민) 정말 공감돼요. 다른 분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각자 먹을 게 없으니까…

(임용식) 그걸 찾으러 떠나는 거죠. 네, 맞아요.

(이승민) 각자 뭔가를 가져와서 공유하는 거죠. 오히려 가이드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각자 더 열심히 파밍하게 되고, 캠프파이어처럼 서로의 식재료를 비교해보기도 하고요.

(임용식) 스타크래프트 아시죠? 4대4 팀전할 때 팀원들이 같은 방향으로만 서치하면 안 되잖아요. 스터디도 마찬가지로, 각자 다른 방향으로 탐색해야 더 빨리 전체를 알 수 있죠. 정글이 딱 그런 느낌이라서 정말 좋았어요.

(이승민) 정말 좋은 비유네요. 독학은 사실 프로브 한 마리만 보내는 거죠.

(임용식) 맞아요. 네, 네, 그렇죠. 정말 찰떡같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취업에 대한 생각과 현실적인 조언

(이승민) 정글 5개월 동안의 몰입 과정이 엄청난 성장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사실 취업 시장은 냉정하게 돌아가니까, 그 5개월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잖아요? 정글 수료 후 취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임용식) 결국 “정글을 했으니 무조건 취업된다”는 건 맞지 않아요. 5개월 한다고 바로 취업되는 건 아니거든요. 하지만 자기 실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죠. 실력을 키우는 것과 취업은 또 별개의 문제잖아요. 원래 기본기가 탄탄한데 CS(컴퓨터 사이언스)만 부족했던 분이 와서 업그레이드하면 바로 취업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던 분이 갑자기 들어와서 5개월 동안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건 아닐 수 있어요. 포트폴리오도 아직 충분하지 않을 거고요.

(이승민) 그렇죠. 어떻게 보면 남들이 그동안 쌓아온 시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정글만 했다고 취업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 없죠. 이게 참 씁쓸하지만…

(임용식) 저도 이번에 8기 멘토링을 하면서 멘티 분들이 취업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으실 때 가장 먼저 “언제까지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나요?”라고 여쭤봤어요. 즉,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기간까지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거죠. 어떤 분은 올해 말까지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겠다고 하시고, 또 어떤 분은 내년까지 도전해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각자 정한 그 기간을 다 채우고 나서 취업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려요. 졸업했다고 바로 이력서만 넣는다고 해서 무조건 취업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그 기간 동안은 꾸준히 공부하고 포트폴리오도 준비하면서 취업을 목표로 삼으라고 조언합니다.

(이승민) 네, 맞아요. 그게 훨씬 현실적인 조언인 것 같아요.
 

정글,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승민) ‘이런 분들은 정글 오지 마라’ 이런 말씀도 하시긴 하던데, 반대로 ‘이런 분들은 정글이 딱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임용식) 네, 반대죠. 그냥 컴퓨터 자체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 ‘내가 CS 지식만 채우면 정말 완벽해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최고죠. 그런 분들에게는 정글이 딱 맞아요.

(이승민) 저도 공감해요. 예전에 스티브 잡스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컴퓨터 사이언스가 이제는 새로운 교양이니까, 누구나 인생에서 1년 정도는 컴퓨터 사이언스에 투자해봤으면 좋겠다고요. 저도 그 말에 공감하면서, 현직에서 IT 쪽이지만 개발자가 아닌 분들도 휴직이 가능하다면 휴직하고 정글을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도 정글 오기 전에는 통신사에 다녔었거든요. 그때 통신사들이 클라우드를 도입하려고 많이 고민했는데, 일반 회사원이 그런 지식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정글에 와서 CS 과정을 배우고, 마지막 프로젝트 때 AWS를 사용해보니까 ‘아, 클라우드가 개발자에게 이런 효용이 있구나’, ‘그래서 클라우드가 요즘 핫하구나’라는 걸 정글을 하면서 비로소 깨달았어요. AWS로 예를 들면 EC2, S3 같은 서비스나, 통신사에 있을 때는 Akamai, CDN, 이런 것들이 솔직히 뭔지 잘 몰랐는데, 실제로 AWS를 써보니까 그제서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꼭 개발자로 취업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쪽 지식을 성장시키고 싶은 분들에게 정말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임용식) 요즘은 LLM도 잘 돼 있어서, 정글 과정에서 배우는 정도만 배워도 정말 많은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LLM이 도와주니까요. 저도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꼭 개발자가 되고 싶은 분이 아니더라도, 말씀하신 것처럼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이승민) 네, 그래서 저도 예전에 전 회사 동기들에게 휴직하고 오라고 권유했었는데, 실제로 한 명이 퇴사하고 정글에 왔어요.

(임용식) 진짜요?

(이승민) 네, 그 친구는 수료하고 개발자로 취업했거든요. 근데 그 친구 말고는 정글에 온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정글 지원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승민) 이제 마지막 질문이예요! 정글 지원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임용식) 일단 지원해보는 걸 추천드려요. 잃을 게 없잖아요. 저도 지금 회사에 지원할 때, 망설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그냥 넣어보라고 해서 넣었더니 합격했거든요. 만약 그때 지원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죠. 정글도 마찬가지로, 합격해도 꼭 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 지원 자체가 큰 부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 한 번 도전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승민) 네, 맞아요. 취업도 그렇고, 일단 붙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죠.

(임용식) 네, 그리고 직접 경험해보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

(이승민) 저도 정말 그렇게 느껴요. 캠퍼스 분위기도 너무 좋고요.

(임용식) 맞아요. 여기 있으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공간이 너무 깔끔하고 쾌적해서, 빈백에 누워만 있어도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이승민) 네, 시설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겸손함이 사라질 정도예요. 정말 공감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승민) 오늘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소감 있으실까요?

(임용식) 네, 인터뷰 정말 즐거웠습니다. 좋은 질문들 덕분에 저도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이승민) 오늘 테크랩 최종 발표에서 기대되는 팀이나 주제가 있으신가요?

(임용식) 네, 클라우드 시뮬레이션이나 군중 시뮬레이션 성능 개선, 그리고 시체 절단 프로젝트가 특히 기대됩니다. 그쪽 위주로 관심 있게 볼 예정이에요.

네, 군중 시뮬레이션(Crowd Simulation) 성능 개선, 그리고 시체 절단 프로젝트가 특히 기대됩니다. 그쪽 위주로 관심 있게 볼 예정이에요.

(이승민) 혹시 마지막으로 홍보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임용식) 네, 제 개인 홍보는 딱히 할 건 없고…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데 저희 컴투스에서도 자체 엔진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으니, 엔진 개발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승민)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크래프톤 정글 후기] 크래프톤 정글 1기 임용식님 인터뷰. 크래프톤 정글(KRAFTON JUNGLE)은 자기 주도적 학습과 몰입을… | by 이승민 | Aug, 2025 | 크래프톤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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