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테크랩 1기를 수료하고 두 달 만에 '매드 엔진'의 서버 개발자로 합격한 이경택님을 만났습니다.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였던 그가 어떻게 게임 개발, 그것도 신입에게는 드문 서버 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치열했던 6개월간의 게임테크랩 여정을 들어보았습니다.

주니어 웹개발자, 회사가 망한 뒤 고군분투 하다

(이승민) 안녕하세요 경택님. 수료하신 지 두 달 정도 되셨는데 그새 취업까지 하셨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경택)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승민) 지금 합격하신 곳은 어떤 회사인지, 어떤 일을 하게 되실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경택) 저는 '매드 엔진'이라는 회사에 들어가게 됐고요. '나이트 크로우'라는 게임의 서버 팀 서버 개발자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아마 입사하면 라이브 서비스 중인 서버의 유지보수나 추가 개발을 맡게 될 것 같아요.

(이승민) 경택님은 테크랩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

(이경택) 저는 원래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1년 반 정도 일했어요. 그러다 회사가 좀 어려워져서... 망했거든요. 자연스럽게 그만두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하게 됐죠.

(이승민)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시다가 게임 개발, 특히 언리얼 엔진 쪽으로 방향을 바꾸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이경택) 기존에 하던 일이 그냥 '일'로만 느껴지고 재미가 좀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다른 기회를 찾아보게 됐죠. 원래 게임을 좋아했고 주변에 게임 개발하는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아, 지금이 기회다" 싶어서 게임 개발 쪽으로 커리어를 바꿔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이승민) 그럼 테크랩에 오시기 전에는 혼자 공부를 하고 계셨던 건가요?

(이경택) 네, 그게 작년 11월쯤이었어요. 당시에는 테크랩이 없었죠. 혼자 공부하면서 스마일게이트의 '언씬'이라는 부트캠프 3기가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소식이 없길래 ... 그냥 혼자 인프런 강의 같은 거 보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감 하루 전, 구글 광고가 운명을 바꾸다

(이승민) 테크랩은 1기라서 정보가 거의 없으셨을 텐데, 어떻게 알고 지원하게 되셨어요?

(이경택) 정말 우연찮게 알게 됐어요. 그날 밤에 자려고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 구글 광고창 같은 곳에 테크랩 광고가 뜬 거예요.

(이승민) (웃음) 진짜요? 구글 광고로요?

(이경택) 네. 저도 그때 테크랩이 1기로 시작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전엔 '게임랩'이 있는 건 알았는데 , 거긴 유니티 과정이라 생각 안 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언리얼로 확실히 정했었으니까요. 근데 마침 언리얼 과정이 생긴 거죠.

(이승민) 정말 운명적인데요.

(이경택) 근데 그날이 마감 하루 전이었어요. 그걸 보자마자 자려고 누웠다가 바로 일어나서 , 세수하고 와이셔츠 입고 ... 그때가 새벽 2~3시쯤 됐을 텐데 , 바로 대본 쓰고 1분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서 보냈습니다. 정말 막차를 탄 거죠. 구글 광고가 살렸어요.

(이승민) 추진력이 엄청나시네요. 저희가 테크랩 2기 면접에 들어가 봤는데, 난도가 꽤 있더라고요. 1기 때는 정보가 아예 없으셨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이경택) 저희는 정보가 아예 없었죠. 그래서 그냥 정글(CS 과정, 현 SW-AI랩) 이나 게임랩 후기를 찾아봤는데, 다들 '인성 면접' 위주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저희도 그럴 줄 알고 기술 준비를 하나도 안 했어요.

(이승민) (웃음) 그럼 면접 때 엄청 당황하셨겠어요.

(이경택) 엄청 당황했죠. 종이를 준비하라고 했을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웃음). 면접에서 라이브로 문제를 풀고 코드를 짜보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면접 보고 나서는 "아, 이건 떨어지겠다" 생각했어요. 아마 제가 붙었던 이유는... 다들 인성 면접인 줄 알고 준비를 안 해서 다 같이 못 봤기 때문이 아닐까... (웃음). 아마 제가 2기였으면 떨어졌을 겁니다.

'알려주지 않는' 교육에서 '몰입'의 즐거움을 찾다

(이승민) (웃음) 겸손이시네요. 막상 테크랩에 들어와 보니 과정은 어떠셨어요? 코치님들이 구체적인 가이드를 주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어렵진 않으셨나요?

(이경택) 솔직히 이 정도로 안 알려주실 줄은 몰랐어요. 제가 이전에 사피(SSAFY)를 1년 했었는데 , 거기는 6개월간 주입식으로 지식을 때려 박는 스타일이었거든요. 대학 교육도 그렇고요. 근데 여긴 방향성만 딱 제시하고 "네가 해라" 이러시니까 , 처음엔 굉장히 당황했죠.

(이승민) 그 방식을 통해 얻은 게 있으신가요?

(이경택) 오히려 그래서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업계에 가서도 어떻게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해야 하는지를 체득하게 된 거죠. 그리고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다 똑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 그 친구들과 같이 하니까 더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승민) 합숙 생활 자체는 어떠셨어요? 개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경택) 맞아요. 저도 기숙사라서 더 좋았어요. 다른 직장에 다니다 온 친구들이랑 "회사 다닐 때보다 몸은 힘든데, 정신적으로는 훨씬 스트레스 덜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냥 먹고 자고, 아무 신경 쓸 필요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개발만 할 수 있으니까요. 6개월 만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승민) 제가 놀랐던 게, 테크랩 분들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경택) (웃음) 저희 기수가 유독 운동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크로스핏 좋아하는 친구가 주도해서 같이 뛰기도 하고 , 저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부터 농구가 취미여서 농구도 자주 했고요. 오히려 사회에 있을 때보다 운동을 훨씬 많이 했어요.

(이승민) 그렇게 몰입하는 환경이 멘탈 관리에도 도움이 됐나요?

(이경택) 네. 그냥 운동하고, 먹고, 자고, 코딩하고. 이것만 반복하니까 멘탈 관리는 자연스럽게 됐어요. 사실 제일 큰 걱정은 '수료하고 취직 안 되면 어떡하나' 이거였는데 , 매주 주어지는 과제 때문에 밤새우기 바쁘니까 그런 걱정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웃음) 걱정은 사치였죠.

테크랩에선 안 배웠지만, '서버 개발자'가 된 이유

(이승민) 다시 취업 얘기로 돌아와 볼게요. 테크랩에서는 엔진이나 클라이언트 쪽을 깊게 다루는데 , 서버 개발자로 직무를 시작하게 되셨잖아요. 특별한 비결이 있으셨나요?

(이경택) 비결이라기보다는 운이 좋았어요. 게임 업계 신입이 서버 개발로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면접 때 여쭤보니까, 거기서도 대부분 클라 쪽으로 준비한 신입을 데려와서 서버를 가르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승민) 그럼 경택님의 어떤 점을 높게 평가하신 걸까요?

(이경택) 아마 서버 지식보다는 (제가 서버 개발 경험이 아예 없거든요 ), 그냥 제가 기존에 얼마나 잘 준비했고, 또 이 회사에 들어와서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겠나" 하는 그 가능성을 더 봐주신 것 같아요.

(이승민) 사실 다른 곳도 합격하셨다고 들었어요.

(이경택) 네, '빅파이어게임즈'라는 곳에서 엔진 프로그래머로도 합격을 했었어요.

(이승민) 거긴 테크랩에서 배운 것과 더 직결되는 곳인데, 그럼에도 서버 직무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이경택) 제 최종 목표가 MMO를 만드는 거거든요. 그런데 MMO 서버, 특히 라이브 서비스 서버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사실상 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언리얼 엔진은 고맙게도 오픈소스로 다 공개되어 있잖아요? 그건 밖에서도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MMO 서버를 경험할 기회는 지금이 아니면 쉽지 않겠다 싶어서 매드 엔진을 선택했습니다.

"스스로 쌓아 올리는 법"을 배우다

(이승민) 오늘 정말 솔직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경택님이 독학할 때와 테크랩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달랐는지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경택) 네, 혼자 인터넷 강의를 볼 때는 그냥 따라 하게 되고, 듣고 나면 휘발되는 게 많았어요. 강의를 다 듣고 똑같은 걸 만들어도, 막상 혼자 안 보고 다시 만들려고 하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이승민) 테크랩은 그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랐던 거군요.

(이경택) 맞아요. 테크랩은 뛰어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학습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해줬어요.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밑에서부터 하나씩 '쌓아 올리는' 방식의 차이를 배운 거죠.

(이승민) 예전에 창근 코치님이 다른 분들에게 테크랩을 설명하실 때 "저희는 빈 메인 함수 줘요"라고 표현하셨다는 게 딱 그 말씀이네요.

(이경택) (웃음) 맞아요. 처음엔 코치님들이 방향성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를 거의 주지 않으셔서 당황했었어요. 하지만 덕분에 어떻게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해야 하는지 그 방법 자체를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승민) 그게 정말 큰 자산이 되겠네요. 마지막으로, 테크랩 과정을 고민하는 예비 지원자들에게 "테크랩을 추천하는 이유" 세 가지만 꼽아주실 수 있나요?

(이경택) 으음... 일단 첫 번째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코치님들께서 방향성 제시를 너무 잘해주신다는 것. 두 번째는 기숙사 생활처럼 몰입할 수 있는 정말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인적 자산'이에요. 같이 공부하고, 앞으로 이 좁은 게임 업계에서 계속 마주칠 동료 개발자들이 생긴다는 것. 이 세 가지가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이승민) 방향성, 환경, 그리고 동료. 완벽한 요약이네요.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경택) 감사합니다. 앞으로 오실 2기, 3기 분들도 저처럼 꼭 이런 행복한 몰입의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경택님 게임테크랩 작품: https://www.fab.com/listings/cd4300cf-b528-4fc4-bb5f-5f2b49290672

[크래프톤 정글 게임테크랩 모집]

웹개발자에서 MMO 서버개발자로, 게임테크랩 후기 인터뷰 이경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