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정글(KRAFTON JUNGLE)은 자기 주도적 학습과 몰입을 통해 개발자를 양성하는 SW 인재 양성 프로그램입니다. KAIST 비학위 과정 ‘SW사관학교 정글’의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개발자 커리어를 꿈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5개월간의 합숙 과정을 통해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 기반의 탄탄한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합니다.
정글은 몰입, 성장, 협업, 자기 주도적 학습, 기본기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 속에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를 양성합니다. 이러한 철학에 공감하는 여러 기업들이 파트너스로 함께하고 있고,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정글 출신 개발자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SW사관학교 정글을 수료하고 S그룹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유정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승민) 안녕하세요 유정님!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늦은 시간임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퇴근은 언제 하셨나요?
(이유정) 5시 20분쯤 퇴근했습니다. 저희 회사가 유연근무제거든요. 출근은 보통 7시 20분쯤 합니다.
(이승민) 일찍 출근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유정) 저희 회사가 제조업이다 보니 현장 근무가 아침 일찍 시작해요. 아마 그 문화에 맞춰 사무직도 일찍 출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저는 주 40시간은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승민) 그럼 퇴근하시고 바로 운동 다녀오신 후에 저녁 식사하시고 인터뷰에 참여해주시는 거군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유정) 아닙니다. 저도 이런 대화 나누는 거 정말 재밌어요.
(이승민) 혹시 다른 분들 인터뷰 읽어보신 적 있으세요?
(이유정) 네, ‘우아한형제들’에 계신 병호님 인터뷰를 포함해서 몇 개 읽어봤어요. 딱딱한 질의응답이 아니라, 대본 없이 편안하게 대화하는 형식이라 저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승민) 잘 보셨어요.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정글 블로그 홍보 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외부 유입보다는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정글 교육생분들이 훨씬 많이 읽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홍보의 목적보다는, 수료생의 경험을 공유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교육생 응원용’ 혹은 ‘간증의 시간’ 같은 느낌이 되었습니다.
(이유정) 저도 정글 교육 과정은 충분히 간증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때 배운 것들이 지금 실무에서 정말 피와 살이 되고 있거든요. 지금도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이승민) 정글 ‘모각코(모여서 각자 코딩)’ 때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몇 없는 개발 조직에서 몇 없는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거든요. 왜 그렇게 표현하셨나요?
(이유정) 말 그대로 저희 회사가 제조업이기 때문이에요. 저희 회사 전체에 개발 조직이 n개뿐이었고, 생산 위주의 조직이 현업을 운영하고 있고, 니즈에 맞추어 저희 팀이 만들어지면서 이제 n 1개가 된 거죠. 저희 팀 역시 이제 막 개발 조직으로서의 기틀을 다져가고 있고요.
(이승민) 전사에서 개발 조직이 n개뿐이라니, 정말 소수정예네요.
(이유정) 네, 맞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 실제로 개발 업무를 하는 사람은 더 적을 수밖에 없죠.
(이승민) 현재 회사에서는 주로 어떤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이유정)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일은 거의 다 하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에 따라 역할이 계속 바뀌는데, 지금은 데브옵스(DevOps)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는 사내 현장 기사님들을 대상으로 파이썬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또 현장에서는 데이터를 엑셀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데이터베이스(DB)에 옮기는 걸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DB라는 개념 자체를 생소하게 느끼시거든요. 그래서 버튼 클릭 한두 번으로 엑셀 파일을 DB에 자동으로 업로드하는 프로그램을 .exe
실행 파일 형태로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내에 필요한 자동화 프로그램이나 툴을 만드는 일부터, 갑자기 API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인프라 관리까지 정말 코드와 관련된 다양한 실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승민) 정글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이유정)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제어 관련 대학원에 잠시 다녔습니다. 학부 시절 잠깐 배운 C 와 C언어가 정말 재밌었어요. 그래서 ‘코딩하는 거니까 비슷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제가 상상했던 세계와는 너무 달랐습니다. 코드로 무언가를 ‘만든다’기보다는 수학 공식을 ‘옮겨 적는’ 느낌이 강했죠. 제가 원했던 프로그래밍의 ‘찐재미’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결국 대학원을 그만두고 ‘나는 정말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구나’라는 확신을 얻어 혼자 개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약 8개월의 시간동안 스터디를 직접 만들고, SSAFY(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에도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지는 등 여러 도전을 이어갔어요. 그러다 ‘크래프톤 정글’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기술만 찍어내는 공장식 부트캠프가 아니라, 컴퓨터 과학의 기초부터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곳을 원했어요. 42서울처럼요. 대학원 시절, UDP 통신을 C 로 구현하는 과제를 하면서 기초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거든요. 당시에는 코드의 밑단을 전혀 모르니 인터넷에서 코드를 복사해 붙여넣기만 했는데, 어디에 뭘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코드 한 줄 한 줄을 이해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이 코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내 것으로 만들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제대로, 빡세게 배우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습니다. 마침 함께 스터디하던 친구가 정글을 추천해줬고, 커리큘럼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어서 바로 지원했습니다.
(이승민) 앞서 말씀하신 8개월의 준비 기간은, 좋은 교육 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혼자 스터디를 꾸려 공부하셨다는 의미인가요?
(이유정) 네, 맞습니다. 혼자서 삽질을 많이 했지만 아주 깊이 있게 공부하지는 못했어요.
(이승민) 스터디는 직접 온라인에서 모집하신 건가요? 대단하네요.
(이유정) 네, 제가 직접 구했습니다. 당시 인천 송도에 살아서 서울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에도 자주 참여할 수 있었어요. 실력 있고 열정적인 스터디원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마음 맞는 팀을 꾸리기까지 다섯 번은 팀이 엎어졌던 것 같아요.
(이승민) 학부 수업에서 C 을 배울 때부터 재미를 느끼셨군요? 보통 공대생들은 프로그래밍 수업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이유정) 네, 너무 재미있었어요. 전공이 저와 너무 안 맞아서 고통스러웠는데, 프로그래밍 수업은 제게 한 줄기 빛과 같았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for
문이나 while
문 같은 반복문을 처음 배웠을 때예요. 여러 줄로 써야 할 단순 반복 작업을 논리적인 코드 한 줄로 끝내버리는 걸 보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게 있다고?’ 하면서요.
그때부터 교수님 설명은 뒤로하고 혼자 책 뒤에 있는 실습 문제를 다 풀었어요. 반면에 코딩에 어려움을 느끼는 친구들은 시험을 보기 위해 코드를 통째로 외우더라고요. 저는 그게 이해가 안 가서 ‘왜 외워? 이해하면 풀 수 있는데’라며 가르쳐주곤 했죠. 다른 전공 과목에서는 늘 가르침을 받던 제가 유일하게 가르치는 입장이 될 수 있었던 과목이에요. 거기서 희열을 느끼면서 ‘내가 좀 재능이 있나?’ 하는 즐거운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웃음)
(이승민)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재능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이유정) 정글에 가보니 아니더라고요. 거기서 ‘나는 찌끄레기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이승민) 데브옵스는 특정 언어에 종속된 업무가 아니잖아요.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며 일하고 계신가요?
(이유정) 실무에서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더라고요. 회사에서 처음 인프라 환경으로 윈도우 서버를 제공받았을 때,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어요. 서버로는 항상 리눅스를 써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윈도우 서버는 백그라운드 프로세스가 너무 많아서 리소스를 많이 차지하더군요. 가뜩이나 저희 코드들이 메모리와 CPU를 많이 사용하는데, 윈도우 서버까지 쓰니 사용자 네 명만 들어와도 서버가 터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리눅스 서버로 바꿔야 한다고, 거의 매일 울다시피 주장했어요.
물론 회사에서는 ‘왜?’ 바꿔야 하는지 근거를 대고 설득해야만 하죠. 그때부터 무언가 기술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그 이유와 근거를 찾기 위해 깊이 파고드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부도 정말 많이 됐고, 파고들다 보니 정글 PintOS에서 배웠던 개념들과 다시 마주치게 되더군요.
정글 ‘나만무(나만의 무기)’ 프로젝트 때 ‘왜 이 기술을 썼어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당시에는 ‘유명하니까’, ‘준비 기간에 이걸 공부했으니까’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회사 돈으로 실제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니,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유정) 업무 중 마주친 ‘큐 뎁스(Queue Depth)’라는 개념을 공부하다 보니 스레드, 프로세스, 메모리 최적화 등 PintOS에서 배웠던 내용까지 이어지더라고요. CS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정글 알럼나이 모임에서 만난 동기들과 CS 및 알고리즘 스터디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개발자 대우를 받지만, 스터디에만 가면 저는 다시 바보가 돼요. (웃음) 이런 환경이 제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고, 긴장감을 잃지 않고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해줍니다. ‘나는 여전히 찌끄레기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되새기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느껴요.
(이승민) 정글 수료 후 바로 현재 회사에 입사하신 건가요?
(이유정) 네, 운이 좋게도 합격했습니다. 정글을 12월에 수료하고, 3월에 뜬 공채에 지원해서 6월에 합격 통보를 받고 8월에 입사했어요.
(이승민) 그 회사에 지원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유정) 솔직히 말씀드리면, ‘나만무’ 프로젝트가 끝나고 현타가 왔어요. 정글에서 뛰어난 동기들과 저를 비교하며 ‘나는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했거든요. 채용 시즌에 지원했던 IT 회사들은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3월까지 백수로 지내면서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며 ‘개발을 그만둘까’ 수없이 고민했어요.
결국 ‘개발은 취미로 하자’고 마음을 접고, 제 전공인 기계공학을 살려 지금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코딩 테스트 대신 GSAT를 보고 입사했죠.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제가 과거에 코딩을 했던 이력을 보고 지금의 개발 조직에서 저를 배치한 거예요. 개발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다시 개발을 하게 된 거죠.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저에게, 여기서는 제가 작은 일을 해도 모두가 잘한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싶었죠. (웃음) 그래도 배운 게 있으니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다시 하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건 운명인가?’ 하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승민) 개발을 포기하려던 시점에, 오히려 전공으로 지원한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게 된 계기가 정말 독특하고 큰 행운이었네요.
(이유정) 네, 인사팀과 면담할 때 제 정글 수료 이력과 개발 경험을 보시고는, 그룹장님이 직접 오셔서 “우리 팀으로 와라”라고 설득하며 데려가셨어요. 한 명 뽑는 자리였는데, 제가 가게 된 거죠. 정말 독특하고 감사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민) 현재 업무 만족도는 어떠신가요? 말씀을 들어보면 굉장히 높으실 것 같은데요.
(이유정) 정말 좋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이거든요. 지금은 모든 것이 맨바닥인 상태에서 처음부터 시스템을 쌓아 올려야 하는 단계라, 전체적인 파이프라인 설계를 구상하고 있어요. 한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나중에 수정하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 동기들과 스터디도 하면서 차근차근 빌드업하는 중입니다.
(이승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나 걱정은 없으셨나요?
(이유정) 어려움은 지금도 매일 겪고 있습니다. 타 부서와 협의하고 제 의견을 관철시켜야 할 일도 많아요. 하지만 제가 여기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힘들어지는 건 실무자인 저 자신이잖아요. 그래서 입사 7개월 차 신입이지만, 회의 자리에서만큼은 ‘이건 꼭 아셔야 합니다.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이승민) 요즘은 어떻게 공부하고 계신가요? 수많은 공부거리들 사이에서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시는지, 그리고 주로 어떤 자료(책, 강의, 구글링 등)를 활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유정) 저는 주로 책을 사서 보는 편이고, 회사에서도 계속 공부하는 것 같아요. 물어볼 사수가 없다 보니 책이나 다른 매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1년간 유데미(Udemy)와 인프런 강의를 지원해줘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동기들과 CS 및 알고리즘 스터디를 하고요. 주말에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면 회사에 가져와서 사수님께 추천해드리기도 합니다.
(이승민) 정말 멋진 직원일 것 같아요. 주말에 공부해서 와서 책을 추천해준다면 정말 훌륭한 직원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이유정) 저는 그냥 컴퓨터가 너무 좋아요. 잘하지는 못해도, 그냥 재미있어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성과를 내며 인정받고, 스터디에서는 ‘난 찌끄레기구나’를 반복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어요. (웃음)
(이승민) 업무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시는 편인가요?
(이유정) 일단 해야 할 일을 전부 적어놓고, 그중에서 빨리 끝낼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고민이 필요한 일들은 따로 빼두죠. 그중에서도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될 때는 사수님과 상의해요. 예를 들어, “제가 아키텍처를 이렇게 설계했는데, 어떤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여쭤보면, “이건 이러하니, 리눅스 서버로 바꾸는 것부터 하자” 와 같이 방향을 잡아주십니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처리하고, 가끔 너무 지루한 부하 테스트 같은 작업을 할 때는 리프레시 삼아 다른 일을 잠깐 하고 오기도 합니다.
(이승민) 정글에 대한 만족도가 정말 높으신 것 같아요.
(이유정) 네, 엄청 높아요. 회사 일이 힘들어도 PintOS덕분에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매일 해요.
(이승민) PintOS가 정말 고통스러우셨나 봐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고, 또 어떤 보람을 느끼셨는지 조금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이유정) PintOS 첫 주차 과제(Alarm Clock)는 정주원 코치님 말씀대로 최대한 레퍼런스를 보지 않고 혼자 힘으로 구현했어요. GDB로 디버깅하면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문제들과 씨름한 끝에 해결했을 때의 뿌듯함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2주 차부터 점차 힘들어지더니, 3주 차에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어요. 디버깅을 해도 특정 구간에서 코드가 그냥 휙 넘어가 버리는데, 그게 어셈블리 단에서 일어나는 거더라고요. 코드 상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원인을 알 수가 없었죠. 컴퓨터 시스템 책을 봐도 외계어 같고,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그 와중에 같은 조 동기들은 추가 과제까지 도전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필수 과제도 못 끝냈는데 말이죠. ‘나는 바보인가?’ 하는 생각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승민) 어떻게 보면 PintOS가 유정님을 강하게 만들어준 셈이네요.
(이유정) 네, 운영진이셨던 팀스파르타 이범규 대표님이 해주셨던 “PintOS가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개발하면서 이거보다 힘든 일은 없을 거다”라는 말이 아직도 생생해요. 정말 그 말 그대로예요. 그때만큼 힘들었던 상황은 아직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 힘들어도 ‘그래도 PintOS보단 낫다. 밤은 안 새잖아’ 하면서 버팁니다.
(이유정) 정글에는 항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겸손해지다 못해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하죠.
(이승민) 지금은 자존감이 많이 회복되셨죠?
(이유정) 아이러니하게도 정글 덕분에 자존감이 다시 많이 올라갔어요. 정글에서는 ‘찌끄레기’였던 제가 현업에 오니 실제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더라고요. 정글에서 배운 것들 덕분에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 제법인데?’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승민) 유정님은 독학, 스터디, 그리고 정글을 모두 경험해보셨는데요,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주신다면요?
(이유정) 스터디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시너지가 크지만, 그런 사람들을 찾기까지의 시행착오가 너무 길고 힘들어요. 또 길잡이 역할을 해줄 멘토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죠. 독학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면 깊이 있는 학습이 불가능하죠.
반면 정글은 개발에 대한 열정과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에요. 밖에서는 몇 달을 노력해야 겨우 만날 수 있는 소중한 동료들이 널려있죠. 모르는 게 있으면 어제 처음 본 사이인데도 화이트보드 앞에서 서로 이해될 때까지 설명해줘요. 이런 환경은 밖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정글은 저희가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혼자라면 외면했을 어려운 주제들을 강제로 마주하게 해요. 그 몰입도와 깊이는 외부에서 8개월 공부한 것 이상을 일주일 만에 배우게 할 정도입니다.
(이승민) 동기분들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시나요?
(이유정) 네, 그럼요. 얼마 전에는 동기 결혼식이 있었고, 8월에는 다 같이 대전에 다시 가기로 했어요. 대전에 가서 오씨칼국수랑 ‘국영수 떡볶이’를 먹고 싶어서요.
(이승민) 국영수 떡볶이요? 저는 처음 들어보네요.
(이유정) 정말요? 카이스트 앞에서 정글을 했다면 국영수 떡볶이는 국룰인데! 정말 맛있어요. 손해가 크시네요. (웃음) 저희는 자주 가는 맛집 코스가 있어서, 거기서 술 마시고 해장하고 그랬어요.
(이승민) 정글에 있는 동안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이유정) 저는 건강 관리를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나만무’ 기간에는 몸이 안 좋아져서 병원을 몇 번이나 다녔어요. 큰 병원에 다녀오니 ‘그 코드 쪼가리가 뭐라고, 건강이 최고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더군요.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규칙적인 생활을 했을 거예요. 정주원 코치님께서도 항상 “밤새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잘 땐 자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그 말이 귀에 안 들어왔죠. 잠을 안 자고 몽롱한 상태에서 짠 코드는 다음 날 보면 엉망이라 결국 다시 짜야 해요. 몸이 힘들면 마음의 여유도 없어져서 팀원들에게 예민하게 굴게 되고요. ‘나만무’를 앞둔 분들께 드리는 꿀팁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야 팀원들과 싸우지 않아요.
(이승민) 정글 생활 중에 가장 그리운 순간이 있다면요?
(이유정) PintOS가 끝나고 알고리즘 시험을 치던 기간이 떠올라요. 아침 시험이라 다들 일찍 자고 다음 날 아침, 기숙사에서 우르르 걸어 나왔어요. 가방을 메고 지각할까 봐 뛰어가던 동기들의 뒷모습이 꼭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그 느낌, 매일 봐도 질리지 않고 즐거웠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이승민) 되게 좋다. 약간 머릿속에 대만 영화 떠올랐어요.
(이유정) 네, 저 진짜 그런 느낌이었어요. 저는 이게 문지캠퍼스의 오래된 감성 덕분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이승민)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정글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이유정)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개발자를 꿈꾼다면, 정글은 유일한 선택지라고 생각해요.
저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은 환경에, 최고의 교육 과정, 훌륭한 코치님들, 그리고 장병규 의장님 같은 분들을 가까이서 뵐 기회까지 있잖아요. 특히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컴퓨터 과학의 기초를 모르면 개발자로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정글은 바로 그 본질을 가르쳐주는 곳입니다. 다른 곳에 눈 돌리지 말고 그냥 여기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승민) 오늘 소중한 경험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유정) 감사합니다.
유정님의 인터뷰 흥미롭게 보셨나요? 유정님이 수료하신 SW사관학교 정글의 교육 철학과 시스템이 크래프톤 정글로 계승되어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크래프톤 정글(KRAFTON JUNGLE)은 합숙형 SW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몰입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성장하는 개발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정글은 누구은 10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개발자를 양성합니다. 크래프톤 정글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정글 인터뷰] SW사관학교 정글 이유정님